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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세평(世評)] 21세기 최악의 압사사고로 기록된 이태원 참사…안전 불감증이 빚은 '사회적 대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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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저널
기사입력 2022-10-31

 

 

서울 한복판에서 제대로 손써 볼 겨를도 없이 많은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다. 삽시간의 참극 앞에서 말문이 막힌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근처의 골목에서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해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쳤다.

 

피해자 중에는 20~30대 청년들이 많았다. 소중한 젊은이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번 참사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사전 대책 미흡 등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참사 현장은 폭 3.2m 의 비좁고 경사진 뒷골목으로 평상시에도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었다. 55평 남짓한 골목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든 통제 불능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피해를 키웠다. 

 

누군가 내리막길 앞쪽에서 쓰러지자 뒤에서 떠밀려 오던 사람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이들 위로 잇따라 쓰러지면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날벼락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재앙이다.

사고 현장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아수라장이었다. 한꺼번에 속출한 사상자들이 길거리에 방치돼 누워 있고 생존자들은 그 옆에서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더 따져 봐야겠지만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안전의식이 마비된 사회에서 꽃다운 생명들을 또 속수무책으로 잃었다. 자괴감을 감출 수 없는 명백한 인재(人災)다. 사고 상황은 전 세계 외신으로도 긴급 타전됐다.

어이없는 재난을 미리 막을 방법은 조금도 없었는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젊은층이 몰려들 것은 진작에 예상됐다. 참사 전날밤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걷기가 힘든 데다 인파에 떠밀려 넘어진 사고도 있었다는 목격담도 잇따랐다. 안전 사고가 우려됐지만 용산구청은 당일 안전요원 배치나 통행로 확보 등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현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인력은 없었다. 더군다나 행사가 집중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는 유난히 좁은 골목이 많다. 

 

그렇다면 당국은 차량 통행을 일시 중단시키더라도 인파를 수용할 공간 확보는 미리 할 수 있었던 최소한 안전관리 대책을 세웠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지난 2005년에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상주 콘서트 행사 압사 사고를 겪었다. 또 이달 초 최소 130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 압사 사고를 지켜봤다. 로이터통신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21세기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하고 대규모 행사장의 안전을 점검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오고 있다.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304명의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가 겨우 8년 전이다. 국민 소득 3만 달러의 정부와 시민사회가 모두 입으로만 안전을 외쳐 왔다.

 

경찰은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 따른 충돌 사태를 막는 데 신경을 쓰느라 사고 당시 이태원에는 137명의 병력만 배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는 해명으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또 마약·성 범죄 예방에 치중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인 현실을 뼈가 아프도록 되새겨야 한다. 이런 후진국형 안전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망각했는지 처절하게 돌아봐야만 한다.

 

특히, 정부는 최고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잊어선 안 된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 전반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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