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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세평(世評)】야당없는 반쪽짜리 대통령 시정연설…민생은 간데 없고 정쟁만 난무한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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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저널
기사입력 2022-10-26

 

 야당 불참에 '반쪽'된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불참한 가운데 2023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제1야당의 시정연설 거부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장 대신 로텐더 홀에서 피켓 등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국회의장단·여야 대표단이 함께하는 사전 차담회 역시 거부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로 부끄러운 일로 과거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신 연설을 낭독할 때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사례는 있으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시정연설을 야당이 거부한 적은 없다.

 

민주당의 불참은 검찰이  지난 24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항의 차원으로 불참한 것인데 이번 시정연설은 민주당도 2개월 전 합의한 의사일정으로 34년간의 시정연설사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방문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이후  비속어 논란을 빚었고, 대통령실은 '이 XX들'이 야당을 가리킨 것이라고 했었다. 비속어에 대한 유감표명은 없이 예산처리에만 협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이날 사전 환담에서 "사과할 일이 없다”고까지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며,  민주당의 보이콧은 무척이나 아쉽다. 검찰이 전방위 수사로 압박하는 마당에 시정연설에 박수를 칠 수는 없겠지만, 제1야당이 정부의 예산안 설명을 아예 듣지 않은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번 반쪽 시정연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국회 협조가 필요한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둔 시기에 굳이 야당을 자극하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할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민생을 챙기지 못한 책임은 결국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 된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매년 9월 제출한 다음 해 예산안을 설명하고 예산 심의 및 처리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국회 발언권을 보장한 헌법 81조와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돼 있는 국회법 84조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것도, 국회가 그 연설을 듣는 것도 기본 책무라는 뜻이다.

 

국회는 600조 원이 넘는 내년 정부 살림이 어떤 철학과 원칙에 따라 편성됐는지 충실히 들어야 제대로 심사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은 국민이 민주당에 169석을 준 의미를 잊은 행태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의당도 민주당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스스로 던져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대치 격화로 예산 심의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법인세·종부세를 비롯한 세제개편안 등 민생법안 처리도 차질이 우려된다.

 

중국 시진핑 3기 출범에 따른 미중 갈등 심화를 비롯한 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 불안과 북한 핵도발 위협이 날로 커지는 등 경제·외교 환경은 악화되고, 민생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 국회가 극한 정쟁으로 치닫고 있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여야가 진정 현 상황을 무겁게 생각한다면 예산안 심사와 처리를 정쟁과 분리해야 한다. 여야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고 협치해 예산안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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